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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Y Roofer 김치맨

 

 흥부네집 누더기 지붕을 드디어 마침내 김치맨이 제 손으로 새로 하기로 했다. 시작한 지 한 달여가 지난 지금 공사가 거의 다 끝나간다. DIY Roofer 가 된 것이다. DIY 는 Do-It-Yourself 의 약자이다. ‘당신 자신의 손으로 손수 무슨 일을 한다’는 뜻이다. DIY 에서 It 는 주로 주택개조 및 보수봉사(Home Improvements)를 가리킨다. 이와 유사한 표현으로는 PYO 가 있다. 그 단어 뒤에 체리, 사과, 블루베리, 딸기 등을 붙여 PYO Apple 하면 ‘우리 과수원으로 사과 따러 오세요!’ 뜻이다. 

 

 

 


 여러 해 째 비가 새는 지붕을 내손으로 고쳐보겠다고 올 봄에 시도했다가 실패한 김치맨이다. 세 번에 걸친 땜질공사 하느라 헛수고! 헛돈과 노력만 낭비했다. DIY Roof Repair 를 했었는데 여전히 비가 샜다. 어쩌나! 가급적이면 공사비용 적게 들이고 또한 남의 손 안 빌리고 지붕문제를 해결해보려 했었는데 기대한 바대로는 되지 않았다. 


 내 손으로 해서 안 되는 일은 전문가에게 의뢰해야만 한다. 내 몸과 마음이 편하고자 하면 반드시 그 대가를 누군가에게 지불해야만 한다. 지붕수리 및 공사 전문업체에 맡기기로 결정하고 여러 군데를 연락하고 알아보았다. 그런데 개똥도 약에 쓰려면 눈에 잘 뜨이지 않듯! 연락하는 회사들마다 평지붕(Flat Roof)이나 지붕경사가 매우 완만한 지붕(Low Slope Roof)공사는 맡지 않는다 했다. “Our company does not do any flat roofing!” 


 그런데 가까스로 하나 찾은 업체는 도무지 신뢰가 안 간다. 그 업자는 지붕위에 올라 대충 보고 가더니 나중에 전화로 견적금액을 불러주었다. 무려 $20,500이란다. 지붕재료전문점에 가서 알아 본 바에 의하면 대충 재료비는 5천불 이내라 했는데 말이다.


 우리로서는 감당치 못할 공사비라 했더니 $15,000에 해주겠다했다. ‘이게 뭐야? 도깨비 살림도 아니구?’ 그 소리를 들으니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진다. ‘내가 동양인이고 영어발음이 엉망이니 나를 만만히 보구서 내게 바가지를 씌우려 드나?’ 의심이 든다. 


 지붕공사에 대해 알아보다가 발견한 중대한 사실 하나! 꽤 여러 개의 업체들이 그 신용도가 의심 받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함이나 사업체 홈피에 사업체 사무실 주소가 적혀 있지 않는 업체들이 있다. 주소가 나와 있어 구글지도에서 찾아보니 주택가에 있다. 회사 사무실도 없고 상근하는 직원도 없이 달랑 핸드폰 하나 들고 다니며 지붕공사 전문가인척 하는 사기성 농후한 업체들이 많은 성 싶다. 


 영어에 Fly-by-night 라는 표현이 있다. 그 뜻은 ‘야반도주’이다. 즉 한탕 크게 해먹고 도망치는 ‘먹튀’ 와 유사하다. 지붕공사를 하는 데에는 정부의 면허증, 허가증이 필요치 않다. 그저 사업자 등록만 하면 된다. 또한 특별한 장비 또는 기술이 필요치 않다. 그리고 편리하고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각종 연장, 기계와 장비는 임대해서 사용했다가 공사 끝난 후 반납하면 된다. 


 온주정부 ‘Ministry of Government and Consumer Services’ 산하에 소비자보호(Consumer Protection Ontario) 프로그램이 있다. 지붕공사를 하려면 먼저 Hiring a roofer, Learn how to protect yourself – as a consumer – when hiring a roofer. 웹사이트(ontario.ca/page/hiring-roofer)를 읽어보기 바란다. 


 2015년에 온주내 소비자들에 의해 주정부 소비자보호부에 제출된 주택수리 및 개조공사 관련 불평건수는 총 1,600건이었다. 그 21% 쯤이 지붕공사업체들에 대한 불평불만이었다. 지붕업자에 대한 불만제기(How to file a complaint about a roofing contractor, ontario.ca/page/filing-consumer-complaint). 


 이글 제목으로는 김치맨이 칼자루와 지휘봉을 손에 쥔 아마추어 지붕공사맨인 걸로 돼있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다. 아들 캐빈이 이번 지붕공사 총책임자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비에게서 톱질 망치질 배우던 아들이 이번 지붕공사에서는 사수가 됐다. 둘 다 처음 해보는 지붕공사이기 때문에 다음 단계는 무엇을 해야 될까? 의논하지만 조수 역에 충실키로 한 김치맨은 아들이 하자는 대로 하기만 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방향을 못 잡고 산으로 올라간다는 재미있는 표현이 있다. 그래서 무슨 일이건 최종 결정권자(Decision Maker), 지도자가 있어야만 일이 제대로 돼간다. 우리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 그저 지붕재료상 주인영감이 대충 설명해준 것과 아들이 유튜브 동영상에서 본 대로 했다. 


 비가 안 오면 일 좀 하고, 비오는 날은 쉬는 날! 그런데 어쩐 일인지 금년 여름에는 유난히도 비가 자주 왔다. 일기예보에 민감해져서 날씨에 신경쓰며 유심히 살펴보니 비오는 날이 너무도 많다. 공사를 시작한지 한 달이 됐는데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치맨네 지붕공사 프로젝트의 특징은 여럿이다. 첫째, 완공예정일이 없다. 둘째, 준공검사 하겠다고 지붕위에 올라가 요모조모 살펴볼 사람이 없다. 교과서에 쓰여 있는 대로 하지 않았다고 투덜댈 사람도 없다. 척 보면 아마추어들의 솜씨임이 분명해도 누가 지붕위에 올라가 볼까? 지붕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새는 일만 없으면 되지 않겠는가? (2017.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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