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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Come from Away’를 관람하고 나서

 
 
 왼쪽에 캐나다의 심볼 커피샵 ‘Tim Hortons’ 작은 타원형 간판에 불이 들어오면서 뮤지컬 ‘Come from Away’의 막은 오른다. 이 이야기는 미국의 9.11 테러사건 직후 캐나다에서 있었던 감동실화를 1시간 40분짜리로 만든 뮤지컬이다.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의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건물에 여객기가 충돌한다. 전대미문의 테러에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경악과 충격에 휩싸인다. 추가 테러를 우려한 미국은 급박한 상황에서 즉시 하늘 길을 폐쇄시킨다. 미국에 착륙해야 할 여객기들은 목적지를 잃고 통신이 끊긴 채, 그 중 38대의 비행기가 긴급 회항하여 캐나다의 뉴펀들랜드 동부 해안의 섬 갠더 국제공항에 비상착륙하게 된다.


 갑자기 여객기 38대와 다양한 국가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 7천여 명(정확하게 6.579명)을 갠더 공항에 쏟아 놓는다. 비행기에서 내리는 사람들은 왜 어떻게 되어서 여기까지 왔는지? 왜 여기에서 내려야 하는지? 처음에는 몰랐다. 내리고 나서 뉴스를 보고서야 뉴욕에 9월 11일 테러로 난리가 난 것을 알았다. 얼마나 당황하며 놀랬겠는가?


 갠더는 주변 인구를 포함하면 만 명 정도의 작은 도시이다. 이 뮤지컬에서 제일 먼저 나오는 갠더 시장의 역할을 보면 7천여 명을 먹이고 재워야 하는 긴급대책을 선포한다.


 “아무것도 따지지 마라, 이유가 없다, 조건이 없다, 무조건 이 손님들을 맞이하여 최고로 대접하라, 서둘러 음식을 준비하라, 인종과 종교와 문화와 언어 모든 것이 다를 지라도 우리 케네디언 들은 이들을 위하여 환대를 해야 한다.”


 갠더 주민들은 목적지를 잃고 비상착륙한 가지각색의 외국인 승객들이 어디서 왔는지? 누군지도 모르면서 각자의 집으로 데리고들 갔다. 목욕을 하게하고, 옷들을 내어주고, 음식을 대접하고, 핸드폰과 전화기 컴퓨터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함은 물론, 방마다 침실을 내어준다는 일은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나. 


 그 중에는 챙 없는 작은 남자모자 페즈를 쓴 모슬림도 있었는데, 무릎 꿇고 기도하는 모습이었다. 아무도 이슬람교도들을 잡아서 복수하고자 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 크리스천도 있었고 가톨릭도 있었고 다양한 인종과 종교를 떠나 아무 조건 없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그들을 돕는다는 일이 가능한가. 


 때는 9월11일부터이니 아직도 날씨가 덥다. 우선 체육관에 있게 한 사람들을 위한 음식은 갠더에 있는 가게들과 집들에 있는 재료들을 총동원하여 요리해 왔다. 음식들을 시원하게 저장할 거대한 냉장고가 어디 있겠나?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 것이 하키장 링크다. 들어오는 음식들을 스케이트 타는 링크에 모아놓고 시원하게 혹은 얼리며, 들여오고 내가야 하고 이런 난리가 어디 있나. 


 캐나다는 아이스하키의 종주국이다. 아이스하키는 국민 스포츠로 즐길 만큼 어딜 가나 아이스하키장이 있다. 그 유명한 아이스하키게임 NHL(북미하키리그)의 선수 50%가 캐나다인이고, 캐나다가 해마다 거의 우승을 하며 캐나다 하면 단연코 아이스하키지 않은가. 아이스 링크가 있어 음식 상할 염려가 없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거의 일주일간 마음을 열고 낯선 사람들에게 각종 편의와 호의를 베풀며 나아가 최선을 다해 환대해 주었다는 케네디언의 감동실화는 세계 역사에 남을 일이다. 


 그때 아기를 낳은 사람도 있고, 그때 만나서 결혼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 갠더 주변 사람들이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팔 걷어 부치고 최선을 다하여 돕는 모습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감동이었다. 도움 받은 사람들이 떠나면서 돈을 걷어서 갠더시에 주었지만, 당연히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했다면서 받지 않았다고 한다. 


 이 뮤지컬에서 갠더 시장과 주민들의 역할, 그 당시 승객들과 조종사, 등. 12명이 나오는데, 비행기에서 내리던 평상복의 옷차림과 주민들의 서민적인 옷차림이었다. 1인 2역도 하고, 1인 3역도 감쪽같이 완벽하게 해내는 것은 뮤지컬만의 독특한 맛이겠다. 노래만 하는 줄 알았는데, 춤도 추고 의자나 물건들을 순식간에 옮기며 12명이 하나같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연습을 얼마나 많이 했으면 저리도 하나같이 움직일까? 그것이 그토록 궁금했다.


 여기에서 한 여 조종사의 역할이 많이 나오는데,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녀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비행기 조종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단다. 1986년도에 여 조종사가 되었고, 15년 후에 그녀는 미국에서 보잉 707 아메리칸 에어라인 비행기를 몰고 9.11 비상사태 때 갠더 비행장에 비상 착륙했다.


 남편 톰에게 당신은 잘 있느냐고 하면서 계속 갠더 상황을 이야기 해주는 모습에서 결국은 부부간이 세상에서 제일 가깝다는 것을 볼 수 있었고, 그 후 그 여 조종사는 이 뮤지컬이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개막되면서, 미국의 많은 여 조종사들을 데려와 캐나다인들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관람하게 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지난 2017년 3월 12일, 뉴욕 브로드웨이 제럴드 쇼엔필드 극장(Gerald Schoenfeld Theatre)에서 세계 초연으로 공연이 있는 날 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만나 같이 관람하기로 했다. 그런데 트럼프의 일정이 바빠서 대신 나온 장녀 이방카가 유엔 주재 미국 대사를 포함한 각국 대사 120여명과 함께 이 뮤지컬 첫 공연을 관람하게 되었다. 이방카를 보면 한국의 비선실세였다는 최순실이 연상된다. 트럼프는 자기의 큰딸 이방카와 많은 문제들을 상의한다고 하지 않는가.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는 공연에 앞서 무대에 올라 이렇게 인사말을 했다. “세계는, 서로에게 기대는 법을, 가장 어두운 때에 서로 의지하는 법을 알게 됐습니다. 이는 분명히 미국인과 캐나다인이 얻은 것입니다”라는 짧은 말로 뮤지컬을 소개했을 때, 관객들의 아낌없는 기립박수를 받았다. 트뤼도는 미남이지만 역시 외교도 참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운이 좋게도 틔뤼도와 이방카가 앉았던 그 좌석에서 불과 몇 좌석 떨어진 곳에 앉게 되고 보니, 올해 3월 12일 뮤지컬이 초연하는 날의 뉴스가 클로스업 되어왔다. 바로 몇 줄 뒤에는 9.11 사태 당시 캐나다 총리였던 장 크레티엥 부부가 앉아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뮤지컬을 보러 왔는데, 나는 왜? 이런 모습들만 눈에 들어오며 상상되는 것일까.


 아무튼 캐나다와 미국이 우방이라는 사실을, 캐나다와 미국이 우의를 한껏 다지는, 나아가 인류는 사랑으로 하나라는 뜨거운 모습을, 뮤지컬로 다시 한번 캐나다는 명백히 보여주었다. 이 뮤지컬은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직접 보아야 하는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었다. 


 세계는 미국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세계각지에 흩어져 사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우리는 어떠한 어려운 환경에 처하더라도 함께 잘사는 방법을 추구해야 하지 않나?


 캐나다의 부부극작가인 이렌 쌘코프(Irene Sankoff)와 데이비드 세인(David Hein)의 작품이 뮤지컬로 만들어진 것이다. 캐나다인을 주제로 한 뮤지컬은 드문 일인데, 캐나다에서 만든 가슴을 울리는 뮤지컬이 뉴욕의 브로드웨이에서 성공적인 데뷔를 하고 있는 중이다. 뮤지컬 상에 여러 건이나 추천이 올라와 있다고 한다. (후에 토니상 최고 감독상을 받았다.) 


 이 뮤지컬은 또 하나의 같은 이름으로 “Come far Away” 라고도 한다. 토론토에 사는 글쓰는 친구가 적어도 뉴욕에 가면 어떤 뮤지컬 하나라도 꼭 보고 오라고 했다. 시야를 좀 넓혀보라는 뜻이리라. 무얼볼까 찾다보니, “Come from Away”가 브로드웨이에서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절호의 찬스였다. 


 캐나다에 살고 있었으면서도 9.11 테러 당시 이 스토리를 전혀 몰랐었다. 그런데 근래와서 남편으로부터 우연히 이 일에 대하여 몇 번 듣게 되었다. 그래서 알고 있던 터라 더 흥미 있었고 감동적이었다. 이 뮤지컬을 보았다는 것은 이번 여행에 생각지 못한 아주 큰 소득이었다. 


 한 쪽에 캐나다산 몰슨 비어(Molson Beer)가 선명하게 보이면서 막이 내리는데, 관객 모두의 기립박수가 오래도록 이어졌으며, 눈물을 닦는 분도 있었다. 


 케네디언이라는 것이 이처럼 프라이드 하기는 처음이었다. (20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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