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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들길

 
11월의 들길   
 

 

    

홀로 들길을 간다
옆에서 재잘거리는 소리는
내 삶을 끊임없이 생각나게 할테니
둘이서 가는 길도 좋지만
혼자일 때가 더 가볍다
세상한테 이기지 못하고
등뼈 굽어질 때
작은 들꽃들의 위로가
처진 어깨를 올려준다.

 

사랑 반 미움 반으로 던져진 
사람의 위로는 그리 오래가지 않아
받은 만큼 상처에 피 흘리는 법.
들키지 않을 신음소리 감추어줄
나를 괴롭히는 것들을
바람이 오래도록 묻어버렸다
편안하고 따뜻했다
온기 사라진 지 오래인
사람의 가슴이 그리 따뜻할 것인가.

 

웃어봐, 주문처럼 새어 나오는
들꽃들의 친근함이
서럽도록 뜨겁게 떨어질 때 
어디엔가 매달려 있을
붉은 열매같은 적막한 사랑 하나

 

들꽃, 바람만이
내가 홀로 길을 나서는 까닭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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