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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엔 관심 없다고요?

 

흔히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를 할 때 피해야 할 주제 중 가장 먼저 얘기되는 것이 정치와 종교이다. 서로 잘 아는 사이건 잘 모르는 사이건 간에 이 두 가지에 대해서는 되도록이면 얘기를 하지 않는 게 좋다는 건 상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모임에 가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자리가 무르익을 때쯤이면 화제가 슬며시 정치얘기로 옮겨가는 경우가 많다. 


가급적이면 피해야 할 주제임을 알면서도 술이 좀 들어가고 기분이 다소 풀어지기 시작하면 슬며시 정치얘기가 고개를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싫든 좋든 정치는 그만큼 우리생활 가까이에 있고 우리 삶에 직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의식적으로 언급을 피하려고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늘 거기에 관심이 쏠려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은 정치얘기에 열을 올리는 경우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대개 그 주제가 한국이나 미국정치에 관한 얘기라는 사실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캐나다나 온타리오의 정치에 관한 얘기가 화제에 오르는 경우보다는 트럼프나 오바마 등 미국정치인 또는 한국의 특정정치인에 대한 얘기를 화제로 삼는 경우가 훨씬 많은 것 같다. 이런 점을 볼 때 많은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는 건 정치가 자기에게 미치는 영향 때문이라기보다 젊은이들이 연예인들에게 관심을 갖고 즐겨 화제로 삼듯이 그저 심심풀이 가십거리로 관심을 갖는 게 아닌가 싶다. 


사람은 언제 어디서 살든 지구상에서 살고 있는 한 정치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심지어 아마존밀림에서 세속문명과 동떨어져 살더라도 정치의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그 곳에서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환경정책과 개발정책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구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가진 나라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가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다.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날이 갈수록 사람들이 정치에 무관심해져 가고 있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정치참여에 소극적으로 되어간다. 사람들이 정치참여에 점점 더 소극적으로 되어가는 이유는 대체로 정치인들의 행태에 염증을 느껴서, 정치는 나와 상관없는 저들의 게임이니까, 내가 안 해도 딴 사람이 할 거니까, 나 한 사람이 움직인다고 뭐가 달라질까 싶어서 등등 다양하다. 그런데, 내가 관심을 보이든 말든 상관없이 인간이 다른 동물들처럼 뿔뿔이 각자도생으로 살아가지 않고 군집을 이뤄 사는 한 여전히 정치는 존재하고, 그 정치가 나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이렇게 정치가 우리 생활전반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위에 열거한 다양한 이유로 정치에서 멀어져 가는 데는 나름대로 타당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 왜냐하면, 정치란 그 사회구성원들이 공통적으로 직면한 여러 이슈들을 다루는 일인데, 그 “이슈들”은 말 그대로 그 구성원들이 “공통적으로” 직면한 문제이기 때문에 내가 나서지 않아도 어차피 이슈가 될 것이고, 그 해결방향이 설사 꼭 내가 바라는 대로가 아니더라도 사실상 내 개인생활에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얘기는 한국사람이 한국에서, 캐나다사람이 캐나다에서 살 때에만 타당한 얘기이다. 즉, 그 사회의 주류계층을 이루는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주류사회사람들은 그들대로 공통의 관심사와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그들은 굳이 모든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더라도 어차피 그 문제들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어떤 형태로든 해결책을 찾아 가기 마련이다. 그 해결방향이 진보적이냐 보수적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주류사회와 떨어져 있는 우리 같은 소수자들은 저들과는 전혀 다른 우리만의 독특한 이슈들이 있다. 이는 보수냐 진보냐 하는 것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들이다. 이런 이슈들은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아무도 해결은 고사하고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다. ‘무궁화양로원’, ‘편의점주류판매’, ‘블루어거리 자전거전용도로’ 같은 문제들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살고 있는 이민자들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할 “정치적 무관심”에 절대로 휩쓸려서는 안 된다. 내가 아니라도 딴 사람들이 하겠지 하고 살 일이 아니다. 소수자들은 스스로 나서지 않으면 대신 나서줄 ‘딴 사람들’이 없는 사람들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앞에서 말했듯이 누구도 정치를 떠나서는 살 수 없다. 땅에 고개를 박고 있는 타조처럼 정치를 외면한다고 정치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게 아니다. 정치는 ‘필수’이지 ‘선택’사항이 될 수 없다. 내가 중뿔나게 나서지 않아도 정치인들이 알아서 해결하겠지 생각하는 건 너무 순진한 생각이다. 알다시피 정치인들은 누가 얘기하지 않아도 세상 모든 문제를 알아낼 수 있는 전지 전능한 사람도, 그렇게 착한 사람들도 아니다. 누구보다도 영악한 사람들이 정치인들이다. 


정치인들은 국가를 위해서 일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표”를 얻기 위해서 일하는 사람들이란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정치인을 움직이는 유일한 방법은 투표를 적극적으로 함으로써 스스로의 존재감을 알리는 일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것이다.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아예 내가 얘기를 하지 않아도 이미 내 얘기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을 정치무대에 많이 내보내는 것이다. 이보다 더 강력하고 효율적인 방법은 없다. 


마침 우리 한인 사회에서 젊고 믿음직한 일꾼이 우릴 위해 힘찬 목소리를 내주겠다고 나서고 있다. 모처럼 맞은 이 황금기회를 그냥 흘려버리지 않아야겠다. 투표 한번으로 백번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서는 것보다 더 효과적으로 우리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흘려버리지 말자.


“나는 정치엔 관심이 없으니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겠다”고 하지 말자. 심드렁하게 팔짱끼고 굿을 보고 있으면 아무도 당신에게 ‘떡’을 주지 않는다. 저들끼리 나눠 먹는 떡을 그저 화난 얼굴로 침 흘리며 바라봐야 할 뿐이다. “우는 아이 젖 준다.”는 말이 있다. 우리도 이제 안방에서 이불 뒤집어 쓰고 울고 있지만 말고, 제대로 한 번 울어보자. 그래서 우리 몫의 ‘젖’을 제대로 챙기자. 


“My fellow Koreans! Let’s stand for St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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