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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보경 칼럼

    (토론토대학교 정신의학 박사,
    경북대 교육학과 교수(정년퇴임)
    한국상담학회 수련감독 전문 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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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禪)으로 성서(聖書)를 읽다(54)-“우리가 보면서도 보지 못하는 것”(35)

 

 (지난 호에 이어)
아담과 이브가 저지른 죄가 바로 그것이다. 그들에게 부끄러움과 두려움이 생기게 되자 그들은 하나님을 바로 보지 못하게 되었다. 그들의 행동은 그 결과로, 몸을 감추고 숨게 된 것이다. 그들은 이제 자유를 잃었다. 


그들에게는 불안이 생기게 되었고, 욕심이 생기게 되었고, 시기와 질투가 생기게 되었고, 삶과 죽음이라는 관념이 생기게 되었다. 선악을 알게 하는 지식이 인간으로 하여금 오히려 무지와 미신을 부르게 되었고 죽음을 부르게 되었다. 


불안이나 의심으로 스스로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 본심으로 나타날 수 있는 지혜도 인간이 잃어버리게 되었고, 억지로 애쓰지만 않는다면 잘 먹고, 잘 수 있는 것도 잘 먹지 못하고, 잘 자지 못하게 하여 스스로 병들게 만들었다. 삶과 죽음이 둘이 될 수 없는 것도 둘로 만들어 삶도 삶답게 살지 못하게 하고, 죽음도 죽음답게 맞이하지 못하도록 스스로 방해하게 되었다. 


예수님의 죽음은, 죽음이 아니라, 인간의 삶이 어떤 삶이 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주신 것이고, 그런 죽음이 아니라면 영생 역시 인간에게 있을 수 없음을 보여주신 것이다.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은 곧 인간이 망심에서부터 본심으로의 회귀를 의미한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은 인간의 본래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우리는 예수님을 보게 됨으로써 하나님을 보게 되고 또한 하나님이 창조하신 우주에 속한 인간 자신의 본심을 보게 된다. 


인간의 몸이 곧 하나님의 성전이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성전인 인간의 몸을 스스로 ‘장사꾼의 소굴’ 그리고 ‘도적의 소굴’로 만들고 있는 인간의 지식, 분별망상을 쫓아내도록 지금도 고함을 지르시고 몽둥이로 내려치시고 계신다. 


예수님이 보이신 행적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를 인간의 몸과 같은 유기체로 볼 때, 한 몸에 속한 지체들이 각각 본질로 소유하고 있어야 할 조건이 된다. 다시 말하면 예수님의 행적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또한 그 안에서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은 인간의 본질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예수님이 보여주신 이러한 다섯 가지 행동특성은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따먹은 결과로 얻게 된, 인간의 지식, 즉 인간이 모든 것을 흑백이나 선악으로 분별하는 버릇과는 동시에 일어날 수 없는, 상반관계에 있다. 


인간의 본질이 분노하고 남을 원망하는 것이라면, 성내고 원망하는 것이 사람에게 만족을 줄 것이지만 그렇지 않고, 인간의 본질이 창조주의 뜻과 법에 상관없이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되어 있는 것이라면, 인간 나름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이 인간에게 만족을 주어야 하는 것이지만 그렇지 않고, 인간의 본질이 탐욕 덩어리라면, 탐욕이 인간에게 만족을 줄 것이지만 그렇지 않고, 그리고 인간의 본질이 사랑이 아닌, 증오라면, 증오심이 인간에게 만족을 줄 것이지만 그렇지 않음을 보게 되면, 예수님이 보인 그 모두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은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것이 된다.


그리고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은 인간의 분노나 탐욕이나 어리석은 생각으로 ‘더럽혀졌던’ 자신의 “거듭 남” 또는 ‘성전으로서의 재건’을 뜻하는 것으로서 그것은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은 인간 자신의 본심을 회복하는 것이다. 그 안에는 자기라는 것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소위 자기라는 정체성은 이전 행동 경험의 쌓임에 불과한, 허상에 속한다. 자신의 경험을 통하여 수시로 변하게 되는 마음을 미리 고정된 자신의 실체로 착각하게 되면, 자기라는 것과 대조되는 자타나 내외나 선악이라는 분별적 관념이 생기게 된다.


인간의 눈은 모두 이렇게 채색되어 있다. 여기서 인간은 어떤 것도 있는 그대로 볼 수 없는 혼돈된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것이 태초에 아담과 이브가 저지른 죄며 지금도 인간이 저지르고 있는 죄다. 이것이 인간의 무명이며 무지다. 


예수님은 빛으로 어둠을 밝히려 세상에 오신 것이다. 빛은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보게 하는 지혜다. 그러나 인간은 어둠에 길들여져 있어서 밝음을 진리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인간에게는 거짓이 오히려 참으로 보인다. 세상은 온통 그러한 무명과 무지로 덮여있다. 


여기에 하나님의 재창조가 요구된다. 땅이 혼돈되어 있었고 천지가 깊은 어둠에 덮여 있었던 것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질서와 조화를 되찾아 모든 것이 하나님 보시기에 좋았던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일대 혁신이 필요한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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