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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too shall pass away…”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2019-nCoV)’이 청정 지역으로 여겨졌던 시짱(西藏•티베트)을 포함해 중국 전역으로 퍼지면서 확진 환자 수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공중위생보건 전문가인 닐•퍼거슨교수의 주장은 “내가 아는 한 실제 감염자는 중국의 보건당국을 통해 알려진 것보다 크게 웃돌 것”이라는데 “지구촌 최후의 심판일(doomsday)처럼 느껴졌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심각성을 강조하며 경각심을 전한다.


 사람들은 매운 요리나 김치를 먹는 습관이 바이러스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맹랑한 소문에 현혹되기도 했지만 이번 사태의 경우는 사뭇 다르다. 공공장소 방문에 대한 불안감이 훨씬 커져 사람이 모여드는 장소나 거리에서도 마스크를 안 쓴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그나마 거리를 오가는 사람조차 뜸하다. 세계적으로 상황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까지 확산되면서 우려를 더하고 있다.


 WHO(세계보건기구)가 우한 폐렴으로 알려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위협을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로 선포했다. 비상사태의 선포 기준은 질병이 국제적으로 확산돼 다른 나라의 공중보건에 위험이 될 때 또는 상황이 심각하고 이례적이며, 예기치 못한 양상으로 전개된다고 판단할 때이다.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질병의 확산을 막기 위한 글로벌 총력전이 펼쳐진다. 감염 지역에 대한 체계적 조사가 이뤄지고, 의료진과 장비, 자금지원이 확대된다. 여행, 교역, 국경 간 이동도 제한된다. WHO는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A(H1N1), 2014년 소아마비와 서아프리카 에볼라, 2016년 지카 바이러스, 2019년 콩고민주공화국 에볼라 등 이번이 6번째 비상사태 선포다.


 중국 정부는 확산 방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우한(武漢) 폐렴은 잠복기에도 전염되며 증상이 없는 환자도 존재한다고 인정하면서 시민들은 ‘걸어 다니는 전염원(傳染源)’에 대한 두려움에 떨고 있다. 역병(疫病)이 창궐하니 중국인의 무정한 면이 드러난다며 한탄했고, “감염이 의심돼 자가(自家)격리를 선택한 주민들은 대문에 ‘표시’를 내걸라”며 고위공직자가 밝혀 ‘우한판 주홍 글씨’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를 두고 다른 누리꾼들은 “급속도로 퍼지는 전염병이 두렵지만, 인간의 본성은 더 무섭다”고 비판했다.


 그런가 하면 자신을 희생해가며 죽음의 공포 앞에서도 몸을 던져 전염병과 사투를 펼쳐가는 의료진 소식이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우한시의 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31명이 자신들의 긴 머리카락이 바이러스를 전파시킬 수 있다며 삭발한 백의(白衣)의 천사들, 현역에서 오래전 물러난 80대 의사가 병마(病魔)의 한복판으로 자원해 뛰어들고, 만약의 경우엔 자신의 시신(屍身)을 바이러스 퇴치를 위한 연구용으로 기꺼이 사용해달라는 주인공들이다. 모두가 조금이라도 빨리 방호복을 갈아입고 한 명의 환자라도 더 돌보기 위한 가상(嘉尙)한 용기와 박애정신(博愛精神)에 마음속에서 우러난 격려의 박수와 찬사를 보내드린다.


 바이러스의 입자(粒子) 표면에 튀어나온 단백질들의 모습이 마치 왕관처럼 보인 생김새로 이름을 얻은 코로나바이러스(Coronavirus)는 침방울(飛沫)에 묻어난 바이러스로 감염된다. 바이러스가 눈 점막(眼粘膜)에 침투할 수 있다는 주의사항을 눈만 마주쳐도 옮는다고 확대해석한 와전(訛傳)은 불안감을 조성시키는 것과 다름 아닌 셈이다. 안타깝게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 환자가 늘고, 거리에는 마스크를 쓴 사람이 부쩍 늘었다. 개인위생은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고, 지역사회와 이웃 서로에게 건강을 빚지고 있기 때문이다.


 병세(病勢)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보다 강하고, 사스(SARS•중증호흡기증후군)보단 약하지만 공중전염질환으로서 치사율(致死率)은 4/100%에 이른다. 현재로선 감염자와 뒤섞이지 않는 게 유일한 감염방지법이고, 2019-nCoV에 백신이나 뾰족한 치료약이 없다니 사람 많이 모이는 장소엔 가급적이면 회피해야 할 뿐더러 마스크 착용과 개인위생•청결에 적극 힘써 건강을 지켜내시길 삼가 권면(勸勉)해드리고 싶다. 캐나다 보건성에서는 ‘N95’ 마스크도 코로나 바이러스를 완전히 막아내진 못한다고 말한다. 최선의 예방책은 손을 자주 씻고, 얼굴은 만지지 말고 외출을 자제하라는 부탁이다.


 CNN은 현재 중국 SNS에 정부의 언론 통제에 불만을 표하는 게시물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하며 중앙정부의 언론과 온라인에 대한 통제가 강화됐으며 정부에 대한 반론조차 제기할 수 없는 분위기가 2019-nCoV 확산세(擴散勢)를 키웠다고 꼬집었다. 이는 지방정부가 관련 내용을 알고 있어도 중앙정부가 허가하지 않는다면 밝힐 수 없다는 뜻이다. 우한시 위건위(衛健委)는 1월 중순까지도 “사람 간(間) 전염은 의료진의 감염으로 가장 먼저 확인된다. 아직 감염된 의료진은 없다”며 선을 그어왔다. 사람 간 전염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의도적으로 숨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호주 멜버른대의 피터•도허티 감염•면역 연구소는 우한 폐렴 감염자로부터 얻은 시료(試料)에서 원인 바이러스를 분리•배양하는데 성공했다고 지난1월29일 발표했다. 연구진은 배양한 바이러스 샘플을 세계보건기구(WHO)를 통해 전 세계 연구소와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질병 발생지 중국에서 바이러스를 분리•배양해냈지만 유전자의 염기서열(鹽基序列) 정보만 공개했을 뿐 분리한 2019-nCoV를 외부 연구진과 공유하진 않았다. 연구소는 감염자로부터 얻은 생체 시료에 중국이 공개한 바이러스 염기서열 정보를 활용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를 분리•배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병원체 바이러스가 확보되면 진단기법과 백신 개발, 바이러스 독성 규명에 가속도가 붙게 된다. 연구소에서 바이러스 확인 실험실을 이끄는 줄리언•드루스 박사는 “진짜 바이러스를 확보했다는 것은 모든 진단법을 확인하고 검증하며, 그 민감성과 특이성을 비교하는 능력을 갖추게 된 것”이라며 “진단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것”이라 자평(自評)했다. 이들의 노력이 하루빨리 인류의 공포를 잠재울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가 한껏 부풀어진다.

 


“色香俱足筆生春 寫入丹靑景最眞 淸福高人時消瘦 風晴日暖境超塵” - ‘색(色)과 향(香)을 모두 갖추니 붓질에서 봄내음 나고 / 알록달록 색깔을 그려 넣으니 경관이 그만일세. / 청한(淸閑)한 복(福) 누리는 선생도 때론 여위는데 / 바람 맑고 날 따뜻하니 경계가 세속(世俗)을 뛰어넘었도다.’ -[정문작(鄭文綽)/淸代, 『세조도(歲朝圖)』]  
(대한민국 ROTC 회원지 Leaders’ World  2020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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