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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네집 지붕

 

 아마추어 지붕쟁이가 누덕누덕 땜방질한 흥부네 집 지붕

 

 

 흥부 놀부와 강남제비로 우리들이 기억하는 고전소설 흥부전이 있다. 그 소설의 주인공 흥부는 매우 가난했다. 흥부네는 여기 캐나다식으로는 정부의 생활비 지원을 받아야만 하는 극빈자이다. 극빈자 구호기금(Welfare)을 받아야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저소득층(Very Poor Family) 이다. 


 흥부네 집은 단독주택, 세미주택 또는 타운하우스가 아니다. 시골 작은 동네의 이름만 다운타운인 거리에 2층짜리 여러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연립건물(Row Building)의 한칸이다. 1층은 편의점가게로 쓰이고 2층엔 아파트(살림집)가 있다. 좌우 옆 건물들과는 벽들을 공유하지만 지붕은 각기 따로이다. 


 그런데 오래된 지붕이라서 비만 오면 줄줄 샌다. 어미의 묘를 강가 저지대에 만든 청개구리는 비만 오면 어미의 묘가 침수되고 떠내려갈까 봐 걱정이 돼 밤잠 안자고 울어댄다. 흥부부부도 비만 오면 한바탕 난리를 친다. 양동이, 양은 냄비 등을 빗물 새는 곳에 갖다놓고 물이 고이는 대로 버리기에 바쁘다. 


 이 동네 주변의 농부들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비가 안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어찌된 일인지 금년 4월, 5월에는 비가 많이 내렸다. 일주일 내내 비가 오기도 하고 일부에서는 물난리, 침수, 홍수가 나기도 했다. 


 지붕이 새면 어떡하나? 지붕 위에 올라가서 고쳐야 하지! 비가 안 오는 날 사다리 놓고 지붕에 올라갔다. 가서 보니 엉망진창이다. 여기저기에 비가 샐 수 밖에 없어 보이도록 지붕 껍질들이 닳았고 벗겨져있다. 오케이! 그럼 땜질을 해야지! 전문가를 부르기 전에 아마추어 목수 김치맨이 재료 사다가 내 손으로 고쳐보아야지! (DIY Roof Repair) 


 그런 연후에도 계속해서 샌다면 그 때 가서 지붕공사 전문업체를 부르면 될 게 아니야? 해밀턴 홈디포에 가서 슁글(Roofing Shingles)과 접착제(Roof Cement)를 구입해서 비가 새는 곳이라고 짐작되는 곳을 수리했다. 샐만한 부분을 슁글로 덮고 지붕용 못(Roofing Nails)들을 박았다. 그리고 그 주변에 지붕용접착제를 발라 물샐 틈이 없도록 했다.


 그런데! 비가 와야만 아마추어 지붕쟁이 김치맨의 노고가 헛되었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을 것 아닌가? 이제는 거꾸로 비가 오기를 기다린다. 아뿔싸! 비가 조금 내리니 그 새던 곳에서 계속 샌다. 비 새는 구멍이 눈에 보여 땜방해서 막은 게 아니다. 그저 여기 이 부분에서 빗물이 스며들어가 조금 아래 부분으로 흘러 내려가 새는 걸로 짐작했건만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오케이! 다시 한번 시도해보자! 또다시 홈디포에 가서 그 무거운 재료들을 구입해 놓고 햇볕이 드는 날을 기다려 다시 한번 수리공사를 했다. 


 지붕공사는 손재주 조금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일이 아니다. 물론 대부분의 주택들처럼 지붕의 경사가 심한 곳은 안전장치를 하지 않으면 일하다가 떨어질 위험도 있다. 그런데 다행히도 흥부네 지붕은 약간 경사진 평지붕(Low Slope Flat Roof)이다. 상업용 건물에 흔한 지붕형태이다. 사다리 놓고 올라가보면 거의 평평한 운동장이다. 아무튼 2차례의 DIY(Do-It-Yourself) 지붕수리공사는 실패로 돌아갔다. 


 워낙 낡은 지붕인지라 전면적으로 새로 해야만 되는 상태인 줄로 알면서도 큰 돈 안들이고 우선 당장 비새는 것만을 막아보자 했었는데 그게 맘대로 안 된다. 이제 어쩔 수 없이 내손으로 임시방편 땜방공사하는 건 포기했다. 큰 공사비가 들어갈지라도 지붕공사 전문업체를 불러 의뢰하는 수 밖에 없다. 


 지붕공사업체를 구글 검색해 보니 우리 동네에는 없다. 이왕이면 다홍치마! 동네업체를 이용해주는 게 좋을 터인데!(Buy Local Policy) 애석하게도 없다. 할 수 없이 해밀턴과 브랜포드의 업체들 중 7군데에 이멜로 견적을 요청했다. 그런데 대부분이 상업용 건물의 평지붕공사는 자기네는 취급치 않는다는 답변들이 왔다. 그리고 검색하다보니 여러 개의 업체들이 자기 집 주소를 업체 주소로 해 놓았다. 


 운 좋게 브랜포드 소재 업체에서 평지붕을 한다해서 와서 보고 견적을 뽑아 달라 부탁했다. 일이 바쁜지 1주일 후인 다음주 수요일에 와보겠다 한다. 이제 별 도리가 없다. 몇 년째 비 새는 지붕을 더 이상 그대로 둘 수는 없다. 마치 지붕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처럼 줄줄 새는 지붕을 이번에는 완전무결하게 고쳐야만 한다. 


 어렵게 시리 찾은 그 업체에서 공사해주겠다며 견적을 내주면 별도리 없이 공사를 맡겨야만 하겠다. 아마추어가 내손으로 지붕 수리하는 건 포기한 것이다. 내 손으로 하지 못하는 공사는 돈을 주고서라도 전문가에게 맡길 수 밖에! (2017.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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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 HYUNGU
    58821

    HYUNGU

    2017-05-25

    Do-It-Yourself ??...................대단하시네요..........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