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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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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의 두 얼굴-공포감 부추기는 코로나 집계

 
  

▲코로나바이러스19 세계 각국별 발생 현황표  

 

 


 “일본 크루즈선 코로나19 감염 88명 또 확인…총 542명, 승선자 14.6% 감염…미검자 1,307명 중 추가환자 발생 가능성…” “중국은 17일 하루에만 1,800여명이 신규 확진 판정. 누적 환자 7만2,400명. 어제 하루 숨진 사람만 98명, 지금까지 모두 1,800명이 넘게 사망…”


 요즘 국내외에서 코로나 19 와 관련, 연일 새로운 숫자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어느 나라에서 몇 명이 새로 확진되고 몇 명이 사망했으며 00번 환자의 동선(動線)이 아리송하다는 등. 개중에는 완치 판정을 받아 집으로 돌아갔다는 반가운 소식도 있긴 하다. 


 하지만 코로나 기세가 수그러들 기미가 보여도 당국에서는 무척 조심스럽게 반응하고 있다. 자칫 낙관적인 발표를 했다간 너무 안일하게 대처한다는 비난을 살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호들갑을 떨더라도 철저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정부당국으로서는 나은 선택일 것이다.      


0…중국의 예에서 보듯, 작금의 코로나 사태는 국가 전체의 공포 분위기는 물론, 대응방식에 문제가 있는 정권의 뿌리까지 뒤흔들고 있다. 이번 사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무능한 정부 소리를 듣기 딱 알맞으며 정권퇴진 위기에까지 몰릴 상황이다.  


 그런데 숫자란 것이 그렇다. 다분히 양면적 성격을 띠고 있다. 숫자는 우선 신뢰를 상징한다. 복잡다단한 상황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보다 명확한 숫자를 들이대면 대번에 설득력을 갖게 된다. 가령 전쟁의 참상을 알릴 때 1, 2차 세계대전과 6.25 한국전쟁으로 몆 명이 사망했다고 하면 금방 참혹함을 이해하게 된다.  


 반면에 숫자는 어떤 상황을 강조하거나 부풀릴 때 이용되기도 한다. 이는 흔히 정치 권력자들이 사용하는 수법이다. 현 정부가 집권하고 나서 이렇게 달라졌다고 숫자를 제시하면 국민들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한편, 숫자는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특히 나쁜 상황에서 숫자가 늘어나는 경우 사람들은 숫자만 보아도 겁에 질리게 된다. 지금의 코로나19 사태 현실이 그렇다. 다소 진정기미가 보이는 것도 같지만 아직은 계속해서 희생자 숫자가 늘어가고 있다.            

       
0…그런데 코로나19 희생자 숫자를 연일 누적해 발표하는 것이 과연 사람들에게 어떤 심리적 효과를 주는지 생각하면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비유가 옳은지를 떠나, 전 세계에서는 하루에도 수만 명이 자살이나 교통사고로 죽는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한국은 2018년 기준 하루에 36명, 1년에 1만 3천여 명이 자살로 죽었다. 중국에서는 교통사고로  하루 평균 300여 명, 매년 10만 명 이상이 죽는다. 


 의료 최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는 2년 전 독감으로 인해 무려 7만 명이 사망했다. 이번 겨울에만 사망자가 1만 4천명을 돌파했다. 이에 뉴욕대학의 의학박사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문제가 아니라 미국 독감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미국에서는 이제 11번째 확진자가 나온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독감에 대한 공포를 압도하고 있다.


 이런 예는 부지기수다. 사람들이 크게 주목하지 않는 질병으로 죽어가는 숫자에 비하면 코로나는 조족지혈(鳥足之血)에 불과하다. 아프리카에서 풍토병으로 죽어가는 사람만 매일 수백 명에 달한다. 하지만 매스컴과 사람들은 그런 것엔 관심이 없다. 


 지금 전 세계 언론에서 연일 집계되고 있는 코로나19 희생자 현황 숫자는 이제 자중할 필요가 있다. 사태에 차분하게 대응하면서 백신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전염병 자체보다 더 무서운 것은 사회적 공포 분위기다. 질병 환자는 가시적(可視的) 숫자이지만 공포에 짓눌려 떠는 사람은 그보다 수백 수천 배 더 많으며, 그로 인한 사회적 기회비용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0…우리는 차에 치여 죽을까 두려워하면서 거리를 다니지는 않는다. 이번 겨울 미국에서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가 거의 2만 명에 달한다고 해서 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자는 이야기를 하지도 않는다. 만약 이번 코로나 사태가 미국이나 일본에서 발생했더라면 어땠을까. 그래도 전 세계가 이렇게 한 지역을 통째로 봉쇄하고 감옥처럼 갇힌 사람들의 안위(安危) 따위는 염두에도 두지 않는 잔인성을 발휘했을까.  


 자고로 숫자는 정확성과 신뢰를 주기 위한 자료로서 유효한 수단인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이 자칫 잘못 남용되면 공포의 무기로 사용되기도 한다. 지금의 현실은 다분히 그런 측면이 있다. 날마다 누적돼가는 희생자 집계를 보면서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움츠러들기 마련이고 사람을 만나거나 외출하는 것을 꺼리며 이는 결과적으로 모든 사회, 경제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    

 
 그나마 우리가 사는 캐나다는 이번 사태에 비교적 차분히 대처하고 있다. 2003년 사스(SARS) 폭풍의 혹독한 대가를 치른 탓인지 정부도 대응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0…구한말 조선에서 헌신적인 의료선교를 펼친 토론토 출신의 윌리엄 제임스 홀과 아들 셔우드 홀 일가(一家). 그들은 당시 무서운 전염병으로 알려진 폐결핵 환자들을 자신의 몸처럼 치료하면서도 사회적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진 않았다. 이들이야말로 현재 코로나에 대처하고 있는 각국 관계자들이 본받아야 할 표상(表象)이라 하겠다.  


 프랑스의 법학자 알랭 쉬피오(70) 교수가 지적했듯이 이제는 코로나 사태도 ‘숫자놀음'에서 해방됐으면 한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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