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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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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설법

 

 

무정설법

                 

                                      최명수 전 불교인회장

 

우리가 마음을 비우고 자연의 모습과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참으로 오묘한

질서와 조화가 그 안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참된 진리는 알음알이를 사용하는

사람의 말보다 자연이 침묵을 통하여 설하는 법문이 훨씬 더 깊이가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보고 느끼는 것처럼 모진 비바람에도 끄떡 않던 아름드리

나무들이 가지 끝에 사뿐사뿐 내려 쌓이는 흰 눈에 꺾이고 만다. 바닷가의

둥글고 보기 좋은 조약돌은 무쇠로 만든 정이 다듬은 것이 아니고 어머니의

손길처럼 부드럽게 쓰다듬은 물결의 힘이다.

어둠을 뚫고 거침없이 솟아오르는 아침 해도 한낮이 지나면 서쪽으로 지고 만다

. 일출의 장엄함이 하루 종일 계속되지 않는다. 석양을 바라보면서 하루의 종말을

자기 것으로 감상할 수 있지 않겠는가!

 


앙상한 겨울나무들이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서있는 것 같지만 겨울을 이겨내기

위하여 자기의 수액을 모두 뿌리에 내리고 알몸으로 버티면서 새봄의 싹을

틔우기 위하여 온힘을 쏟는다.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며 비울 때와 채울 때를 제대로 아는 나무들의 삶 속에도

무진 법문이 들어 있다.
진흙탕 속에 뿌리를 내린 연꽃의 줄기와 잎은 청정함을 잃지 않고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난다. 연 잎 위에는 한 방울의 오물도 머물지 않는다. 오물이 연 잎에

닿으면 그대로 굴려서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연꽃이 피면 시궁창 냄새는 사라지고 향기가 연못에 가득하다. 뿌리에 나있는

아홉 구멍을 통하여 연못 안의 공기를 정화시켜 물을 썩지 않게 하고 물고기가

살 수 있도록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준다.

그뿐인가! 자기를 필요로 하는 이에게 꽃과 씨, 잎과 뿌리를 서슴없이 내어준다

. 거룩하고 지혜로운 삶을 일깨워주는 참으로 귀한 침묵의 설법이다.

부처님 오신 날 연등을 만들어 세상을 밝히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우리는

시끄러운 정보화시대에 살면서 컴퓨터와 스마트 폰이 생활의 필수품이 되었다.

요긴하지도 않은 그 많은 정보 때문에 정서와 창의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위하여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안으로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면서 삶의 본질을 찾아 가는 길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임을 점점

잊어가고 있다. 삶에서 참으로 소중한 것은 나 자신이 누구인지를 아는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그런 가르침을 주시고자 이 땅에 오셨다.
만물이 소생하는 더없이 좋은 이 계절에 컴퓨터와 스마트 폰을 잠시 접어두고

자연이 들려주는 무정설법을 한번 들어보시라

 

토론토 한국일보  5 월 4 일자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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