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
ON

‘초원의 빛’(중)(Splendor in the Grass)

 

빈곤의 시대에서 풍요사회로 급변하는 
사회 규범 속 청소년의 성 문제를 다룬 수작

 


 

(지난 호에 이어)


2. 정신적 방황: 사랑의 부재(不在)

 

 

 


 송구영신 파티장. 풍선에 '28'이라고 쓰여있는 것을 보면 1929년 새해 전야인 것 같다. '올드 랭 사인'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버드가 모형 유전탑 꼭대기에서 샴페인을 터트리는 동안 아버지 에이스 스탬퍼는 새해가 번성하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하는데…. 

 

 

 


 그러나 술에 취한 지니가 뭇 남자들과 스스럼 없이 어울리는 모습을 지켜보던 버드는 한 사내가 누나를 겁탈하려는 것을 보곤 그를 끌어내 싸움이 벌어진다. 입술이 터지고 얼굴에 멍이 든 버드는 디니를 집에 데려다 주면서 역겨움에 "이제 차속에서 키스나 하는 일 그만하자"며 당분간 만나지 말 것을 선언한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다음, 버드가 학기말 성적표를 받는데 'C' 학점을 받는다. 담당 여선생 롱필드는 "가을에 예일 대학에 진학하려면 이 성적으론 어렵다."고 말한다. 


 그런데 버드가 농구게임을 하던 중 골 밑에서 점프슛을 하다가 폴대에 부딪쳐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한다. 그러나 스탬퍼 가정의인 닥터 스마일리(존 맥거번)가 진찰한 결과 폐렴인 것 같다며 입원하기를 권유한다. 


 병원에 온 에이스 스탬퍼에게 닥터 스마일리가 "난 종교인은 아니지만 하느님의 뜻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을 엿들은 디니는 화이트맨 목사가 있는 교회를 찾아가 그의 완쾌를 빌며 간절히 하느님께 기도한다. 

 

 

 


 하지만 늦은 봄날, 응답이라도 하듯 완쾌된 버드는 개방적이고 난잡한 여자친구 화니타와 어울려 폭포에서 섹스를 즐기며 디니를 만나주지 않는다. 

 

 

 

 


 학교 수업시간. 멧카프 선생이 디니에게 윌리엄 워즈워스의 시를 낭독하게 하고 그 시의 의미가 무엇이냐고 질문한다. 외롭고 우울증에 빠진 디니는 버드와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음을 깨닫자 왈칵 눈물이 나오고 목이 메지만 꾹 참고 크게 말한다. "우리가 어른이 되었을 때는 젊음의 이상향을 잊고 강인함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에요."하곤 교실 밖으로 뛰쳐나가는 디니.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을수록 버드에 대한 집착이 강해져 가고, 그래서는 안 된다는 이성적인 생각과 충돌을 일으키면서 점점 신경쇠약 증세를 보이는 디니는 욕실에 온 엄마에게 오직 "죽고만 싶다"고 말한다. "버드가 널 더럽혔니?"하고 묻는 엄마의 말에 "더럽혀요? 난 태어난 상태 그대로 순결하다고요. 정숙한 숙녀라고요. 난 엄마 아빠가 시키는 대로 복종해 왔다고요. 난 부모님이 미워요. 증오한다고요." 히스테릭하게 고함치며 욕탕에서 나와 알몸으로 자기 방으로 냅다 뛰어가는 디니! 


 학교 체육관에서 열리는 졸업댄스파티에 데려가기 위해 버드가 아닌 친구 앨런 '투츠' 터틀(게리 락우드)이 디니의 집에 찾아온다. 


 "문 열어놓을게. 너무 늦지 말아라"는 엄마의 당부를 듣는 둥 마는 둥 우미한 붉은색 정장을 하고 떠나는 디니는 과잉보호 하는 어머니를 비판한다. "엄만 내가 어렸을 때부터 항상 그렇게 얘기해 왔지. 난 그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 걸까 생각하곤 했지만 아무것도 아니었어. 아무것도!"


 댄스파티장에 당도하자 여자친구들이 디니를 반기고 포옹한다. 버드를 찾다가 주차장에서 그를 발견한 디니는 마치 그의 누나 지니처럼 행동해 보인다. 그리고 버드를 그의 차 속으로 끌어들여 노골적으로 유혹한다. "나 정숙한 여자 아니야. 난 너를 원해." 돌발적 행동에 충격을 받은 버드가 "넌 정숙한 여자야 디니. 왜 그래? 네 자존심은 어디 갔니?"라며 말리자 "난 자존심도 없어. 없다고! 그저 죽고 싶을 뿐이야."라며 신경질을 부리다가 보란 듯 투츠의 차를 타고 떠나버리는 디니. 


 차를 몰아 폭포가 있는 주차장에 다다른 투츠가 디니를 덮친다. 간신히 그의 애무를 뿌리치고 도망친 디니는 자살을 결심, 강물에 뛰어들어 폭포 가까이로 떠내려 갈 무렵 이를 목격한 사람들에 의해 가까스로 구조된다. 한편 버드는 디니의 집을 찾아갔지만 디니는 없다…. 

 

 

 


 아직 디니가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병원에서 버드는 닥터 스마일리에게 "아버지가 뭐라 하든 (법적)성인인 나는 디니와 결혼하겠다"고 말하는데 그는 "진정으로 디니를 위한다면 그녀와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얼마나 오랫동안이요?" "그건 모르지." 이에 울음을 터뜨리는 버드. 


 "저기 누구에요? 누군가 여기 있었어요." 정신을 차린 디니의 말에 퉁명스런 간호원은 아무도 없다고 말한다. 본능적으로 디니는 버드가 있음을 느꼈던 것이다. 결정적 장면이다! 여기서 만약 간호원이 버드를 불러들였다면, 디니는 분명히 좋아졌을 것이고, 둘은 행복한 결합을 이룰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그렇게 호락호락 진행되지 않는다.

 

3. 시련 그리고 뒤바뀌는 운명


 가난한 디니의 부모님은 그녀의 위치타 정신병원 입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스탬퍼 오일회사의 주식을 팔게 되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큰 행운이 되었다. 왜냐하면 '대공황(Great Depression)'의 발단이 된, 이른바 '검은 목요일(Black Thursday)' 직전에 팔았기 때문에 큰 돈을 벌게 되었던 것이다. [註: 1929년 10월 24일 목요일 뉴욕 주식시장 대폭락을 말하며, 이 '검은 목요일'은 수많은 사람들의 재산을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으로 만들어버렸다. 따라서 그들에게 돈을 빌려준 은행도 큰 손실을 보고 1930년부터 전국적으로 은행들이 연달아 파산하기 시작하여 전 세계로 확산됨으로써 경제대공황을 맞게 되었다.]

 

 

 


 장면은 울적한 색소폰 음악과 함께 코네티컷 주 뉴 헤이븐(New Haven) 소재 예일 대학교 캠퍼스를 보여준다. 버드는 예일 대학에 진학했으나 학업에는 뜻을 두지 못하고 자포자기한 상태이다. 그가 위로 삼아 찾아간 조그마한 이탈리아 피자 식당에서 검은 머리의 종업원 안젤리나(조라 램퍼트)가 술을 더 요청하는 버드를 말린다. 그녀는 이탈리안 이민자의 딸이었다. 


 한편 위치타 정신병원에 있는 디니는 옥외에서 흔들의자에 앉아있다. 그 옆에 또 다른 환자 존 마스터슨(찰스 로빈슨)이 금속 조각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완벽주의자인 아버지가 그를 의과대학에 진학시키려는 압력으로 인해 발병한 '분노에 찬 공격적 성향'을 치료하기 위해 입원해 있었다. 처지가 비슷한 둘은 금세 친해지고 디니는 차츰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시작한다. (다음 호에 계속)

 

※ 알림: 갤러리아 쏜힐점 문화교실 '손영호의 여행•영화•음악 이야기'가 4월 13일(토) 오후 5시로 변경되었사오니 많은 참석 바랍니다.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