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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넋

 
바람의 넋

 

 

 


나무도 풀도 아닌 그대는  
이름하여 억새
우러러 보고 싶으니 쳐다보지 않으련다

 

칼바람에 동구 밖 나무도 제 몸을 꺾었고
우리집 지붕도 별을 헤아렸는데
흐느적거리며 여유를 즐기는 그대는
북풍한설도 삼켜버렸지

 

푸르를 때는 눈여겨 보이지 않았으며
꽃이라 필 때는 쓰러질 듯 넘실거려
여린 모습만 전부라고 생각하였는데

 

눈보라 잦아진 골에 
우러러 보이는 그대는
마음 바닥까지 휘몰아치는 바람의 넋

 

넘어질 듯 억세게 버티던 어머니
허리 한번 펴려다 마지막이 되었으니 
억새 따라 가고 싶었어

 

무와 유의 경계에서 
자아(自我)를 찾아가는 여로(旅路)
구김살 없이 휘날리는 몸짓은
삶의 푯대이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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