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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배경영화(I) -'원한의 도곡리 다리'?(상)

 

올해는 6·25전쟁, 즉 한국전쟁(Korean War)이 발발한 지 70주년이 됩니다. 따라서 전쟁영화 시리즈 중 그 첫 번째로 한국전쟁 배경영화를 엄선하여 연재하고자 하오니 많은 사랑과 성원 바랍니다. <필자 주>

 

한국전쟁 관련 영화는 미국에서 제작된 영화가 압도적으로 많다. 비록 미국 중심의 일방적인 관점에서만 사실적으로 재현되었을 뿐 6·25전쟁과 관련된 여러 가지 역사적 맥락들과는 거리가 멀긴 하지만, 헐리우드가 큰 제작비를 투자해서 만든 최초의 한국 전쟁 영화가 ‘도곡리 다리들(The Bridges at Toko-Ri)’이었지 싶다. 우리나라에서는 '원한의 도곡리 다리'로 개봉되었다.

 

 원작은 '남태평양 이야기(Tales of the South Pacific·1947)'로 퓰리처 상을 수상한 제임스 미치너(James A. Michener, 1907~1997)가 1953년 발간한 동명의 중편소설.

 

 미치너는 소설과 영화를 통해 미국인들에게 한국전쟁 참여의 당위성을 알린 저명한 작가이다. 그는 1954년 6·25전쟁을 배경으로 한 또 하나의 베스트셀러 ‘사요나라(Sayonara)’를 발표했다. 이 소설이 1957년 조슈아 로간 감독, 말론 브랜도 주연의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어 아카데미 4개 부문에서 수상하고 흥행에도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이 영화는 오히려 일본의 전통과 문화를 소개하기 위해 기획된 오페라 '나비부인'의 현대판 같아 우리의 관점에서는 씁쓸한 맛을 지울 수 없다. 한국전 당시 항공모함이 일본에 정박할 때, 많은 일본여자들이 기모노를 입고 '하룻밤을 즐기기' 위해서든지 '결혼' 등을 목적으로 미군과 서로 뒤엉키는 일본의 또 다른 '경제'를 엿볼 수 있다.

 

 우리에게는 크나큰 비극을 안겨준 전쟁이었지만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의 패전을 딛고 일어서는 기회가 되었다는 말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이제 영화 속으로 들어가보자. 감독 마크 롭슨. 출연 윌리엄 홀든, 그레이스 켈리, 프레드릭 마치, 미키 루니 등 호화 캐스팅. 1954년 파라마운트 컬러 제작. 러닝타임 102분.

 

 그런데 '도곡리(道谷里)'는 영화 속에서 '독고리(獨孤里, Toko-Ri)'로 들리는데, 아무튼 북한의 원산 인근에 있는 강원도 법동군(法東郡) 마전리(馬轉里)를 가리킨다고 한다.

 

 1952년 11월, 4대의 비행기가 '77특수기동전대' 작전 훈련을 마치고 동해안에 정박 중인 항공모함 '사보 아일랜드(Savo Island)'에 착륙한다. 3대는 무사히 착륙하지만, 해리 브루베이커 대위(윌리엄 홀든)가 탄 비행기는 엔진이 멈춰 바다에 추락한다.

 

 이때 헬멧 대신 규정에 어긋나는 녹색의 실크모자 및 스카프를 행운의 마스코트로 착용하는 헬리콥터 조종의 달인 마이크 포니(미키 루니)와 부조종사 네스터 개밋지(얼 홀리맨)가 동사(凍死) 직전의 브루베이커를 가까스로 구조한다.

 

 브루베이커는 제2차 세계대전 때 해군 파이럿으로 참전했고, 전후 콜로라도 덴버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에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다시 전투기 조종사로 복무하게 되었다. 그에게는 아름다운 부인과 두 딸이 있다.

 

 이 함대 사령관 조지 태런트 제독(프레드릭 마치)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해군 조종사였던 아들을 잃었기 때문에 그를 닮은 브루베이커를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회복된 브루베이커는 태런트에게 왜 자기가 가족과 변호사 일을 제쳐두고 이 힘든 전쟁에 참여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평을 늘어놓는다.

 

 태런트는 "여기에 왔으니까 여기서 맡은 일을 하는 것뿐"이라고 일축한다. 이어서 "역사적으로 인류는 잘못된 곳에서 잘못된 전쟁을 반복해 왔다. 그럼에도 이 세상의 진보가 가능했던 것은 소수인의 노력과 희생 덕분"이라며 "따라서 이러한 '더러운' 전쟁도 해내야 한다. 그래서 도곡리의 다리들을 파괴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제독은 그에게 부인 낸시(그레이스 켈리)와 두 딸이 도쿄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과 함께 사보 아일랜드가 3일 후 일본 요코스카에 기항할 때 1주일 간의 휴가를 준다.

 

 하지만 가족과 재회한 첫날 밤, 개밋지가 호텔로 찾아와 결혼까지 약속한 일본여자의 배신 때문에 뚜껑이 열린 포니의 폭행사건을 알리자 즉시 태런트 제독과 사랑스런 아내를 남겨두고 헌병대에 연행된 '생명의 은인' 마이크 포니를 구하러 가는 브루베이커.

 

한편 로비에 남은 태런트 제독은 낸시에게 남편이 4일 전 바다에 불시착하여 동사 직전에 포니가 그를 구해준 이야기, 그리고 조만간 전략적으로 중요한 도곡리 다리들을 폭파하는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알려주면서, 아들의 전사가 가져온 자신 가족의 비극을 잘 알기에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여 현실을 인정하는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충고한다.

 

 남편이 밤늦게 돌아오자, 잠에서 깨어난 낸시는 그에게 위험한 작전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조른다. 딴전을 피우다 이윽고 자세히 설명해 주는 브루베이커. 수 차례의 공습에도 불구하고 험준한 지형과 그물 같은 대공방어망에 의해서 난공불락으로 버티고 있는 적군의 주요 보급로인 도곡리의 좁은 계곡에 설치되어 있는 다리들….

 

 짧은 휴가를 끝내고 아내의 전송을 받으며 그는 다시 전쟁터로 떠난다. 이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브루베이커는 비행단장인 웨인 리 중령(찰스 맥그로)과 정찰비행을 한 후 성공리에 귀환한다. 이후 3개 편대 12대의 전투기가 도곡리에 가설된 교량들의 폭파작전에 나서 4개의 다리를 정확히 폭파한 후, 탄약이 남아 적의 연료저장 시설로 추정되는 제2의 목표물을 공격한다.


 이때 하늘을 수놓은 대공포화 속에 브루베이커의 전투기가 적의 포탄을 맞고 바다로 나가려 하지만 연료가 떨어져 논두렁에 불시착한다. 이를 본 북한군들이 몰려오는데 미군 전투기들이 그를 엄호하지만 그들도 연료가 부족하여 함대로 돌아가 버린다. 이때 비상연락을 받고 포니와 개밋지의 구조헬기가 도착하지만 역부족이라 결국 이들 모두 논도랑에서 전사하고 만다.

 

제독은 브루베이커를 구출하지 않고 귀환한 웨인 리 중령을 꾸짖으나 그는 잃어버린 브루베이커는 제독의 부하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부하이기도 했다며 작전은 성공적이었다고 말한다. 제독은 리 중령의 말이 맞는다며 그도 브루베이커와 같이 훌륭한 조종사라는 것을 깨닫는다. (다음 호에 계속)

 

※ 알림: 코로나-19 사태로 4월25일 '손영호의 TMMT'는 휴강하오니 다시 뵐 때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이 어려운 시기를 잘 견뎌내시길 바랍니다.

 


▲ '원한의 도곡리 다리(The Bridges at Toko-Ri·1954)' 영화포스터.
 

▲ 동해안에 정박 중인 항공모함 사보 아일랜드(Savo Island)|
 

▲ 헬리콥터 조종의 달인 마이크 포니(미키 루니)와 부조종사 네스터 개밋지(얼 홀리맨)가 동사(凍死) 직전의 브루베이커를 구조하는데… 이들은 마지막에 모두 전사한다.
 

▲ 1주일 간의 휴가를 받은 브루베이커 대위(윌리엄 홀든)가 도쿄에 온 아내 낸시(그레이스 켈리)와 태런트 제독(프레데릭 마치, 왼쪽)과 만나는 도중 급한 전갈을 받게 되는데…
 

▲ 헌병대에 연행된 '생명의 은인' 마이크 포니(미키 루니·오른쪽)를 구하는 브루베이커 대위(윌리엄 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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