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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붙이 살붙이


 
 나이 드신 어느 분으로부터 들은 귀감이 되는 이야기다. 옛날 어느 시골 마을에 일가친척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던 시절이 있었다. 그 중에 어느 부인이 남편을 일찍 여의고, 가난 속에서 6남매를 힘들게 키웠는데, 어느 아들이 서울로 가서 고생하면서도 공부를 잘하여 후에 의사가 되었다. 


돈을 많이 벌어 좋은 집을 사고 새로 나온 비싼 세간들도 들여 놓고, 시골에서 어머니를 모셔오고, 일가친척들을 초청하여 잔치를 하게 되었는데, 어머니는 큰 보자기와 이불 호청 등을 가져다가 TV를 덮고, 냉장고와 선풍기 등을 덮어서 한쪽 방으로 옮겨다 놓고 방문을 잠그라고 하셨다. 


 아들은 “어머니, 왜 그것들을 보자기로 덮고 치우라고 하세요? 친척들 오면 자랑도 해야지요, 우리가 그렇게 가난하게 살았을 적에 어느 친척도 도와주지 않았잖아요?” 그랬다.


 어머니는 “웬 말이냐? 아들아, 이리 앉거라, 내 말을 잘 들어보아라. 우리에게 아버지가 안 계시고, 남편이 없는 나를 그런 일가친척들이 있었기에 남들이 우리를 깔보지 않았고, 우리에게 함부로 하지 않았다, 우리를 보면 누구네 친척 붙이라고, 누구네 피붙이요 살붙이라고, 누구네 뭐뭐 된다고 건드리지 않았다.


 일가친척들이 있어서 평생 우리의 울타리 역할을 해주고, 방패 역할을 해준 것이 우리를 살게 해준 일이다. 얼마나 고맙고 귀한 일이냐, 그 뿐이냐? 남보다 우리에게 먼저 일거리를 주어서 먹고 살게 했다. 그래서 우리가족이 지금까지 무사히 살아 왔단다.


 이제 우리가 잘살게 되었다고 이런 것들을 자랑하면, 그들은 우리를 부러워하는 마음도 있을 테고, 그분들의 마음이 편치 못할 것 같구나, 그분들이 마음 편하게 왔다가 가실 수 있도록 이런 것은 보이지 말자, 보이더라도 나중에 보이자. 지금은 아니다. 그리고 융숭하게 대접하자”고 하셨단다.


 아들은 깊고도 지혜로운 어머니의 마음과 그 말씀에 감동이 되어 순종함으로 겸손을 배우게 되었고, 자랑의 끝은 좋지 않은 결과를 낳는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인생의 귀중함을 배우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 한국의 1950-60 년대 즈음 6.25 전쟁 후로 경제적으로나 모든 면에서 얼마나 낙후된 나라였나? 그때의 어머니들은 다 그런 것은 아니었겠지만, 많은 여자들은 학교도 못 가고 집에서 농사일 부엌일 시키다가 시집을 일찍 보냈으니 아이들은 왜 그리도 많이 낳았나? 피임 방법이 없었으므로 계속 낳을 수밖에, 먹을 것이 넉넉했나, 입을 것이 넉넉했나. 그 시대의 의식주란 말이 아니었다고 본다.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들이 그 힘든 고생 중에서도 인간의 본분을 잃지 않고,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악물며 살아오신 모습들을 상상해 본다. 남편도 없이 아버지도 없이 가난하게 살아가는 그 가족들의 이웃에는 나쁜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 가족들을 해치고 싶어도 그들의 곁에는 친척들이 있었고, 분명히 그 친척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 친척들이 있었기에 감히 어떻게 하지 않았다고 본다. 


 대개는 그 시대의 어머니들이 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았겠나, 심리학을 전공해서 알았겠나, 어머니들은 올바른 판단을 할 줄 아셨고 지혜로웠고 억척스러우셨다. 밭을 매면서도 보리방아를 찧으면서도 아궁이에 불을 때면서도 인간의 도리, 인간 본연의 마음을 되짚어 보며, 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도 해보고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해 보셨겠나.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그 이유가 분명히 있다. 그에게는 삶의 지표가 되어 주었던 어머니가 있었고, 그의 곁에서 끊임없이 응원해주고 희생하는 가족들이 있었다. ‘여자는 약하나 어머니는 강하다’라는 셰익스피어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강철이 어머니보다 더 강하겠는가? 


 무엇보다도 나라가 잘 살아야 한다. 근래에 유럽 난민 사태들을 매일 뉴스로 접하면서 자기가 살던 나라를 떠나 맨 몸으로 목숨 걸고 탈출하는 저 수십만 명의 난민들, 자기의 나라가 엉망이면 백성들은 어찌되겠나?


 비참하고 참혹했던 6.25 전쟁을 겪은 한국을 되돌아보면서, 다시는 우리의 조국에 이런 전쟁이 일어나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한국은 다행히 이런 어머니들이 계셨기에 지금 이렇게 잘살게 된 것이라고 나는 확신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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