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11
꿈 꾸는 나무
나무는 발 움직이지 못하고
제 자리에 서있어 꿈을 꾼다.
먹이를 쫓아 부지런히 뛴다면
숨 가빠 꿈꿀 틈도 없으리라,
키가 자라 팔을 높이 뻗어도
하늘에 닿을 수 없어 꿈 꾼다,
다리 아파도 앉지 못하고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땀 흘리며 짐승을 쫓지 못해
서 있는 자리에 뿌리를 내려
목마르면 하늘에서 비 내리길,
바람에 내맡기는 온 몸
팔에 매달려 흔들리는 잎새들
작은 발자국 소리에 귀 기울이고
가지는 이웃과 손잡을 수 없지만
바람이 불면 한 목소리로 운다.
기다리는 사람이 오지 않아도
짐승들 길 잃고 헤매다 잠들어도
나무는 팔 들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별빛과 달빛을 가슴에 품는다.
아무도 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눈 뜨고 꿈 꾸어 키가 자라고
하늘과 땅을 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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