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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미녀. 8 - 잠꼬대(밤)

2015-05-28

 

 
잠자는 미녀. 8
-잠꼬대(밤)

 


 
밤이 왔습니다. 눈 뜨고 바라보는
어둠의 깊이가 두렵습니다.
먹이보다 짝을 찾는 소리라 해도
들짐승들의 음흉한 울음소리
늑대는 배고파 달빛도 물어뜯고,
입 다물고 서있는 나무 사이에
길 잃은 사람 없이 밤은 깊어갑니다.
사람은 어둠 속에서 칼을 뽑아들고
붉은 눈 밝히며 길보다 먹이를 찾고
길을 잃기 전에 자신을 잃어버려,
어둠 속에서 아무도 보지 않아
피를 흘리기 좋은 시간이지요.
왕자님 길잃고 찾아올지 모르지만
왕자님을 죽인 도적일지라도
눈 감고 잠자는 내겐 선택이 없어
도적도 입만 맞추면 따라가야 합니다.
속 마음 밤보다 짙은 어둠 일지라도,
자라온 환경과 변한 시대 탓이지만
왕자님이나 도적이나 다를 게 없지요.
어두운 방안 아닌 눈부신 햇살 아래서
얼굴에 기다림의 눈물로 패인 주름살과
그 사이로 덧없이 흐른 세월을 보고
젊은 왕자님은 실망하여 마음 바꾸어
한낮에도 어두운 숲속에 나를 버릴지도.
드라곤의 피가 마르지 않은 칼에
몸을 던져 영원히 깨어나지 않을 잠에….,
말발굽 소리 서둘러 떠난 뒤
길잃고 어두운 숲속에 들어가 잠들면
왕자님이 다시 오지 않는다 해도
눈 감고 누워 꿈을 꿀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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