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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이 단독 무대인가

 
 
젊음이 꽃처럼 향기롭게 환상적이었던 시절이야 만나면 많고 많은 이야기들 속에 흠뻑 빠져 들었다. 오붓하고 다정하던 이야기로 사랑이 여물던 시절의 연속 이었기에, 백 번을 만나고 또 만나서 두 번 세 번도 듣고 또 들어도 다시 듣고 싶은 대화의 화제가 무엇이었든, 만남이란 핵심에 더 무게가 있었으니 말이다.


사랑이란 두 글자의 의미에 함몰되어 결혼이라는 평생 동반자를 선택하게 된 의미를 성취하게 된 그 속삭이던 아리따운 대화들의 인연으로 추억이 여물었던 것이다.


벌써 연말이 가까우니 여러 만남들 속에 친구들, 일가친척들과의 반가운 만남의 자리들 빈번하게 이어가는 삶의 순서다. 다정다감하게 정주고 마음 주고 즐기며 기쁨을 노래하고 살아간다.


어쩌다 서로의 안부와 근황이 궁금하여 모처럼만에 한자리 같이 할 수 있는 시간들, 귀하고 의미로운 시간들이라 끔찍이도 각별히 배려하며 쫓기는 시간들 틈을 내어 함께 한 설렘으로 채워질 그 자리 아닌가!


얼마나 반가우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삶에 찌든 일상들 잠시라도 덮어두고 그리웠던 순수함을 눈길로 서로 확인하는 귀하고 신나는 자리였기에…


옛 이야기들 속에서부터 이순간까지 벼라별 대화들 줄줄이 터져나온 물줄기처럼 분위기를 몽땅 적셔낸다. 샛별처럼 반짝이는 눈빛들 끔벅이며 언제 끝날 것인가도 언약이 없었기에, 화제성 대화인지? 유익한 삶의 지혜롭고 해박한 지식인지는 따져볼 필요도 없다.


헤아려 본다면야, 친척, 친구들의 근황들이 궁금한 시점임을 꼭 참고해야 할 만남인 것을, 첫 번째로 챙겨야 할 자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개그맨들의 대본처럼 엉뚱하게 폭소와 함께 함성을 유도하려는 관객들이 모여있는 곳이 아니다.


대화의 기준 역시도 없는 자리다. 그렇다고 케케묵은 이야기들 고장 난 레코드처럼 반복되어, 만날 때마다 했던 이야기들 하고 또 한다면야, 그건 독선이요 몰지각한 입버릇의 반복임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대화의 기본이야 상대편의 이야기를 먼저 듣는 것 아닌가. 말은 적게 하라고 하나의 입뿐이다. 더 많이 듣고 기뻐하라고 두 개의 귀를 갖게 되었다고 하지 않던가, 입 하나로 듣는 이들의 관심을 유도하겠다는 습관성 잔소리에 스스로 빠져 허우적대는 비상식적 모습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토론을 거쳐야 하는 자리 역시 아니다. 가족들의 안부를 서로 묻고 서로의 생활패턴에 유익함과 비전을 제시함과 동시에 흐뭇하고 뿌듯한 핏줄임을 재확인하는 곳이다. 


사랑과 인연이 확인되는 그런 모임의 자리가 되도록 정서의 함양이란 최소한의 예의를 품어내야 할 만남의 것이다. 집안의 어른이라는 독무대 역시 결코 아니다. 유별난 인성의 소유자임을 자각하고 거듭나야 할 스스로의 품성을 통제해야 하는 위치에 있음을 자숙하며 분명 성숙하게 성찰해야 할 것이다. 


나의 입 하나로 요란을 떨고 있을 때, 듣는 이들의 두 귓속으로는 당신의 숨소리까지 알아듣고 저울질하고 있음을 두 눈으로 똑바로 보고 자중해야 할 것이다. 성숙한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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