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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odongwon
문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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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 예찬
yeodongwon

 

 50년 서양에 살며 느낀 이곳 문물 중에서 딱 하나를 고르라면 두 말 하지 않고 샌드위치를 꼽을 만큼 나는 샌드위치를 좋아한다. 순종 동양인이면서도 순종 서양 음식인 샌드위치를 즐겨 먹는다는 것, 참으로 희한한 먹성이다. 서양에 이민 와 살고 있는 처지에서 보면 이 얼마나 다행한 축복인지 모른다. 


 상상을 해보라. 서양에 와 살면서 샌드위치를 모래알 씹듯이 목청 너머로 넘기기를 힘들어 한다면 얼마나 이민생활이 불편하고 고달플까? 내 경험으로 미루어 동정이 가는데, 그런 분들이 내 주위엔 뜻밖에 많다.


 나는 오랜 이곳 생활에서 적어도 하루에 한끼는 샌드위치를, 그것도 즐겨 먹고 사니 이민살이를 그만큼 쉽게 해준 고마움으로 오늘은 샌드위치 예찬을 아낌없이 쏟아내 볼까 한다.


 십여 년 전 모국방문 때의 일이다. 비행기 옆 좌석에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국인 부부가 함께 가고 있었다.

팝콘 먹는 재미로 영화관에 간다는 어느 어린이 만화 주인공처럼 나는 기내음식 먹는 재미로 비행기를 탄다고 하리만큼 항공사에서 정성으로 제공해주는 별미를 주는 족족 싹싹 핥아먹는데 내 옆좌석의 젊은 부부는 둘 다 이 세계적인 별미를 안 먹고(못 먹고) 봇짐에서 싸 온 김밥을 꺼내먹는다. 이런 고급 서양음식도 못 먹는다면 샌드위치는 어림도 없을 것이다. 


 더욱 희한한 것은 부부가 약속이나 한 듯 못 먹는다니 이런 천생연분이 또 있나. 로마에 갔으면 스파게티쯤 맛있게 먹으면 얼마나 좋겠나만 생리적 형상이라 강제로 먹일 수도 없는 처지고 보니 그저 딱할 뿐이다.


 나는 이민 초기 공장에 다닐 때 이곳 공사판의 노동자들처럼 플라스틱 런치박스를 들고 다녔는데, 그 안에는 샌드위치 두 개, 바나나 하나, 사과 하나, 오렌지 하나에 보온병이 들어있고, 그리고 작은 문고판 책 한 권이 한쪽 공간을 차지한다.


 이런 런치박스 속의 메뉴는 가난했던 초등학교 시절 푸짐하게(?) 차려진 소풍 점심 도시락의 메뉴와 많이 닮아 있었다. 흰 쌀밥이 샌드위치로 고구마가 바나나로 바뀐 것이 다를 뿐이다. 그러고 보면 나는 매일 소풍 가는 기분으로 런치박스를 들고 다닌 셈이 되고 소풍 때의 점심처럼 매일 푸짐한 점심을 먹은 셈이 된다.


 그 후 20여 년 넘게 편의점을 운영했는데, 가게에서의 샌드위치의 역할 또한 지대했다. 캐나다의 편의점 6~7할은 한인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데 이곳 가게의 생리는 장시간 서서 손님을 쉼없이 상대해야 한다. 한국 음식은 개성이 강한 한국인을 닮아서인지 세계 어느 나라 음식보다 냄새가 독특하다. 상점에서 한국 음식 냄새를 풍기는 것은 들어오는 손님을 "나가시오" 하는 신호와 같다. 파산하겠다는 각오가 아니라면 한국 음식 먹는 것을 삼가야 한다. 그래서 샌드위치를 죽어도 못 먹겠다는 분들은 배고픔을 오래 참았다가 집에 들어가 배불리 먹곤 해서 위장병을 얻은 분들이 많다.


 나는 샌드위치를 아침에 많이 만들어 계산대 서랍에 넣어놓고 손님이 있거나 없거나 심지어 손님을 받으면서도 먹는다. 그러니 샌드위치는 나같이 가게 하는 사람들을 위해 특별히 고안된 음식이 아닌가 여겨질 만큼 고마운 음식이다.


 샌드위치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으며, 옆 사람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만들기 쉽고, 변질이 잘 안 되며, 종류 또한 다양해서 좋다. 전문가적 요리 솜씨가 없어도 누구나 쉬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인의 음식으로는 안성맞춤이다. 초등학생이면 자기 샌드위치 쯤은 스스로 만들어 먹는 것이 이곳 가정이다.


 만드는 시간도 짧을 뿐 아니라 재료 또한 간단하다. 버터, 햄, 쨈, 피넛버터 같은 것을 종류도 다양한 빵에다 구미에 맞게 바르고 얹어 먹으면 된다. 버스나 지하철에서도, 도서관에서도, 병원 대기실에서도, 공원에서도, 심지어 걸어가면서도 먹을 수 있어 좋다.


 무엇보다 샌드위치는 변질이 잘 안 되고, 보관과 지참이 편리해서 좋다. 왁스 종이로 싸거나 비닐봉지에 넣고 다니다 먹은 후 버리면 된다.


 더욱 샌드위치가 내 맘에 쏙 드는 기막힌 이유는 값이 엄청(나게) 싸게 먹힌다는 데 있다. 아니 더 큰 이유가 있다. 샌드위치는 소화가 잘된다는 장점이 있는데, 어릴 때부터 위장병에 시달리고 있는 내겐 참으로 구세주와도 같다.


 아니 진짜로 샌드위치의 효용적 가치에 감사해야 할 일이 따로 있다. 곤히 잠들어 있는 아내의 새벽잠을 방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 기막힌 이유를 어찌 빼놓을 수 있단 말인가. 시어머니보다, 아이들보다, 남편보다 새벽 일찍 먼저 일어나 밥을 지어야 하는, 고추보다 더 맵다는 시집살이에서의 해방, 가히 혁명적이다. 이 혁명을 가능케 한 것은 순전히 이 샌드위치의 위력이 아니고는 불가능하다.


 아버지는 물론 아이들도 제각기 조용히 일어나 제 샌드위치를 제 스스로 만들어 먹고 싸 가지고 출근을 하고, 학교에 간다.


 그러고 보니 오래된 신문기사 한 토막이 생각난다. 미국의 포드 부통령이 닉슨 대통령의 탄핵 하야로 대통령이 되어 아직 백악관으로 이사도 못하고 자택에서 첫 대통령직을 수행하러 가는 날 새벽 혼자 조용히 일어나 스스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고 출근했다는, 우리 동양인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거짓말 같은 이야기. 따지고 보면 샌드위치이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가히 샌드위치 당신은 여성해방을 가능케 한 1등 공신으로서, 특히 이곳 우리 한국의 여성으로부터 감사와 찬사를 받아 마땅한 충분한 자격과 이유가 있다.


 나는 지금 내가 만든 남 보기에는 별로 맛있어 보일 것 같지 않은 샌드위치 한쪽을 맛있게 먹으면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식성을 주신 하늘에 감사하는 맘으로 이 글을 쓴다.


 "샌드위치 만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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